몽돌해변에서 말리는 멸치, 멸치액젓 특산품
은(銀)이 많이 나 은점(銀店)이라 불러
삼동면 은점마을은 3백여년전 이조 중엽에 경주 최씨 한 집이 국수산 자락에 터를 잡은 것이 시초다. 이어 전주이씨 금산김씨 경주이씨 단양우씨 들이 뒤따라 들어오면서 집이 늘어나고, 화전민처럼 산자락을 따라 밭과 논을 일구며 농경에 의존했다. 그러다가 차츰 먹을거리가 풍부한 바다 쪽으로 세를 넓혀가며 큰 마을을 이루었다. 마을 오른쪽 바닷가에 '은굴'이라는 동굴이 있다. 사라호 태풍 때 무너지고 박쥐만 퍼득이는 이 굴은 이름처럼 은이 많이났다고 한다. 이곳에서 캐낸 은을 거래하던 가게가 있었다 하여 마을이름을 '은점'이라 했다.
3백살 넘은 기목나무가 세찬 겨울 해풍을 맞받으며 의연히 서 있는 바닷가. 닻을 내린 50여척의 배들이 서로 몸을 기댄 채 출어를 기다리고 지천으로 깔린 몽돌밭에서는 봄날을 재촉하는 어부들의 억센 손이 그물코를 여미느라 쉴틈이 없다. 간간히 담장 너머 콜럭이는 기침소리만 들리는 조용한 마을. 그러나 따뜻한 기운에 마른 기침이 멎을 때면 마을은 청년처럼 힘이 솟는다. 다른 마을들이 겨우내 늘어져 누웠던 소를 채근해 들판으로 나갈 때 은점 주민들은 파도를 가르며 바다로 향한다.
연신 멸치를 가득 실은 정치망과 홀치기 배가 항구로 찾아들고 어막에서 염포하는 연기가 하늘을 오른다. 할머니에서 손자까지 움직이는 일손은 모두 멸치 고르느라 여가가 없다. 예로부터 은점 멸치는 알아주는 멸치다. 잡을 때는 여느 마을 멸치나 마찬가지지만 말리는 과정에서 그 맛이 틀려진다. 은점멸치는 잡은 멸치를 대형 무쇠솥으로 옮겨 수백도의 불로 염포를 한 후 몽돌밭에 그물을 깔고 말린다. 햇볕을 품어 안은 몽돌의 기운에 햇살과 바람에 시나브로 건조돼 뛰어난 은점 멸치의 참맛이 배어나는 것이다. 은점에서 나는 마른 멸치의 인기 만큼이나 멸치액젓도 인기가 높다. 은점에는 멸치액젓 공장이 7개나 된다. 은점이 마른 멸치, 멸치액젓 가공으로만 연 3억원 이상을 올리고 있다. 또한 마을 1종 공동지선에는 자연산 해삼과 전복이 잘 자라 년 1천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린다. 그러나 어촌계는 공동지선 수익금은 개인분배하지 않고 고스란히 마을 공동사업자금으로 쓴다. 보석이 되던 은 대신에 바다의 은빛 멸치를 잡으며 살아가는 은점 주민들은 심성 또한 바다처럼 넓고 푸르다. 해마다 정월대보름날에는 달맞이 행사와 풍어제를 개최하여 마을발전과 단합 마을주민의 안녕을 기원하고 있으며 마을의 소규모 지역축제로 발전하고 있다.